이병찬

다듬잇돌과 홍두깨 그리고 홍두깨 틀

이 다듬잇돌과 홍두깨는 통문관(通文館) 노주 (고)이겸노(1909-2006) 선생님으로부터 받은것입니다.  받은 날짜는 확실하게 기억되지 않으나 염직과 관련되는 기록을 옛 문헌에서 찾고자 통문관에 일근 하다시피 다녔던 1990년대입니다. 어느날 통문관 한 쪽 구석에 놓여 있던 다듬잇돌에 관심을 보이자 이 선생님이 필요하면 갖다 쓰라고 하시기에 냉큼 실어 오느라 자세한 연유를 여쭙지도 않고 가지고 왔습니다.


통문관은 서울 인사동 골동품 거리에 자리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점입니다. 이 선생님은 평생을 고서를 다루고 보살피는 외길인생을 살면서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고문헌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장서가이자 서지학자이기도 합니다. 한편 출판인으로 50여종의 서적을 간행하였으며 저서로 <통문관 책방비화>, <문방사우>가 있습니다. 현재 통문관은 이 선생님의 손자 이종운씨가 가업을 이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흔히 보아 온 다듬잇돌은 화강석을 깎아서 만든 것으로 둘레에 길상무늬나 꽃무늬를 조각하여 장식성을 띄우고 있으며 더러는 색칠을 하여 아담하고 화사하게 가꾼 것들인데 비하면 이 다듬잇돌은 단단한 박달나무로 만들어졌고 그 생긴 모양새는 소박하고 단정하기는 하나 큼직한 것으로 보아 집안(가정)에서 사용했다기보다는 대량의 도침을 하는 곳, 예를 들어 궁내의 제용감(濟用監) 혹은 상의원(尙衣院)와 같이 도침장( 砧匠)이 여럿 있는 관서나 사사롭게 도침을 업으로 삼는 곳에서 사용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 선생님께 사연을 여쭈어볼 수 없어 아쉬움이 따릅니다.


홍두깨 틀은 나중에 집에서 사용했던 틀에서 본을 떠서 다듬잇돌 크기에 맞추어 만든 것입니다. 집에서 사용했던 홍두깨 틀은 몇해 전에 가정문화재 연구소에 기증하였고 여기에 사진을 첨부합니다.

저는 1932년 중국 천진에서 태어나 일본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탓에 젊은 시절에는 일본상사, 일본항공 등에서 일하였고 70년대 말에 정년을 맞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선택한 일이 천연의 식물로 염색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식물염색을 하는 장인이 없어 일본의 염색장인에게서 6개월간 식물염색의 기초를 익히고 왔습니다.


우리나라 오색의 기본이 되는 청색(푸른색)은 오로지 쪽 풀에서 얻습니다. 규합총서“물 드리는법”에 쪽은 등근 잎 당(唐)종이 좋다는 기록이 있어 사방팔방으로 찾아 헤매던 중 이창복박사(서울대 농대 교수)님이 찾아 주시어 열댓 포기를 심고 실험한 결과 푸른색을 얻을 수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3년에 걸쳐 둥근 잎 쪽을 증식하여 쪽물염색을 성공하게 되었읍니다. 1992년에는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쪽 회의에 참석하여 우리의 쪽을 소개하고 쪽으로 염색한 모시를 선보여 우리의 색깔과 염색기술을 알리는 좋은 기회를 얻었습니다. 또한 감나무 열매를 단지 감상용으로만 알고 있던 불란서에는 감물염색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찬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30여년을 한국의 색은 무엇인가에 천착하며 살면서 한국적인 것에 애착과 사랑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지난해 경운박물관 로비에서 저의 염색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게 되어 경운박물관과의 인연도 소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것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박물관 위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증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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